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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30.

'미술관에 온 화학자'- 미술에 화학이 등장하다

여러 미술작품에는 화학이 담겨진 것이 있다. 과거의 화학 이론과 연계해서 작품을 다루겠다.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원소를 담은 판화가 많다. 이 판화들에 담긴 원소에 대한 이론은 무엇일까? 이는 탈레스에 관한 이야기다. 기원전 6세기에 탈레스는 아주 작은 씨에 물만 줘도 큰 나무가 되는 것으로 보고 우주의 근원은 물이라고 하였다. 아낙시메네스는 물을 끓이면 공기가 되므로 공기가 그 근원이라고 했으며,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시칠리아의 의사 엠페도클레스에 의해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설이 정리되었으며, 4원소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지에 의하여 이후 2000년간이나 서양과학을 지배했다. 네 가의 원소가 서로 반응하여 우주 만물을 만든다는 생각은 우주 만물이 아주 간단한 몇 가지 원소로 조합하여 만들어진다는 근대적인 원소설의 시초가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두번째로, 당시 의학계에서는 인체에 대한 체질론도 활발히 연구되었는데, 점성술과 결부된 사성론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각 체액의 과소에 따라 체질이 달라지며 이에 맞춰 다른 치료법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였다. 다른 체액에 비해 혈액이 과다한 사람은 다혈질로서 활동적인 성격이며 도끼로 상징된다. 이것을 원소에 대입시킨다면 공기에 해당하며 높이 오르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계절로는 봄에 해당한다. 이러한 원리와 개념이 담긴 자품에는  보티첼리의 <봄>이나 <비너스의 탄생> 등이 있다. 이들 작품에서는 봄이 나오게 되는데, 봄은 서풍에 의해 시작되므로 방향은 서쪽이고 점성술로는 목성의 지배를 받는다. 반대로 검은 담즙이 많은 사람은 우울질로서 차고 건조한 가을에 해당하며 네 원소 중에서 흙에 해당한다. 당시에는 우울적인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창의적인 사람으로 보고 역사상 위대한 예술과 학문을 이룬 사람들이 우울질이 많다고 하여 우울질 예찬론도 있었다. 뒤러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의 우울질 예찬 사상이 동판화 <멜랑콜리아I>에 잘 나타나 있다. 우울적인 사람은 측량과 건축의 행성인 토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사색에 열중한다. 따라서 우울질이 높아지면 이러한 토성의 영향을 억제하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목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멜랑콜리아 I>에는 목성을 나타내는 4방진이 그려져 있다. 마방진이란 가로 세로 사방 대각선으로 어느 행으로 더해도 같은 값이 되도록 숫자를 하나씩 써넣은 격자이다. 즉, 이 마방진은 완전한 조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여러 작품들은 화학과 더불어 옛날의 이론 및 철학 등을 담고 있었다. 우리가 화학뿐만아니라 여러 지식을 볼 때 작품을 새로운 의미로 더 넓게 해석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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